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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관님, 한동안 연락 드리지 못해 죄송스럽다 생각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 같은 소식입니까. 그토록 건강하시던 분이 5주씩이나 장기입원을 하시다니. 중환이 아니기만 기원할 뿐입니다. 치료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니 한편으로 다행스럽기도 합니다.

제가 알기로 사령관님은 감기 바이러스 하나도 얼씬거리지 못할 강골이셨습니다. 틈만 나면 부대 뒷산을 산책하면서 마음과 정신건강까지 챙기셨습니다. 술로써 건강을 해칠 일도 없었습니다. 그런만큼 사령관님의 입원 소식은 선뜻 믿기지 않습니다.

사령관님은 언제나 쾌활한 웃음을 잃지 않으셨습니다. 어두운 구석은 일부러 찾기조차 어려웠습니다. 일전에는 ‘커밍아웃’도 하셨지요. 소설 ‘칼의 노래’와 TV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서 재조명 받기는 했지만 여전히 역사적 시선이 곱지 않은 원균이 사실은 당신의 본명이었다고. 사관학교에 합격한 뒤 개명하는 바람에 동기들이 한동안 혼란에 빠졌지만 결론적으로 개명한 것이 출세에 도움이 되셨다지요. 속내를 털어놓는 모습에는 한치의 사심도 없었습니다.

사령관님의 자리보전 소식을 듣고 원균과 대척점에 있던 이순신 장군이 갑자기 떠올랐습니다. 난중일기를 보면 장군은 오뉴월에도 비지땀을 흘리며 밤새 앓았다는 대목이 많이 나옵니다. 현대의 사가들은 난중에 이미 장군의 건강이 상당히 악화돼 있었다고 해석합니다. 백의종군 직전에 옥에서 상당한 곤욕을 치른데다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별세와 아들 면의 전사 소식까지 이어지자 몸과 마음이 쇠잔해졌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풍전등화의 나라를 구하고자 하는 장군의 노심초사가 건강을 더욱 악화시키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금의 말로 하면 스트레스가 아니겠습니까. 물론 사령관님께서야 옥고를 치를 일도 가정사로 번민할 일도 없었던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해병대 수장으로 당면한 현안은 이순신 장군의 그것 이상으로 고민스럽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해병대는 국방 개혁의 한가운데 서 있습니다. 군 조직의 슬림화를 골자로 한 국방 개혁에서 해병대는 해병여단과 연평부대가 해체되는 등 4000여 병력을 감축토록 돼 있습니다. 해병대 안팎에서는 반발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부 정책을 따르면서 군심과 민심까지 아울러야 하는 난제가 사령관님 앞에 떨어진 셈입니다. 병력은 감소해도 전력은 더욱 증강시켜야 하는 문제도 쉽지 않은 과제로 보입니다. 사령관님께서 혹시 불면의 밤을 지샜다면 바로 이런 고민들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500년의 세월을 격한 같은 종류의 우국충정이 또다시 대장군의 건강 악화로 이어졌다면 이보다 안타까울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사령관님, 약속은 기억하고 계시겠지요. 발안에서 만나 편안하게 소주잔 한번 부딪치자는 언약 말입니다. 사령관님을 따르는 2만여 귀신잡는 전사들이 애타하고 있습니다. 부디 하루 속히 쾌차하시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합니다.
김정곤 한국일보 기자 jkkim@hk.co.kr



  • ?
    임영식 2006.04.14 16:24 (*.1.78.242)
    하루빨리 건강 되찾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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