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사회]특명! 군대 ‘허리’를 강화하라

by 관리자 posted Oct 18,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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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교와 사병 연결하는 중간 역할 중요성 부각… 군, 대학 ‘부사관학과’ 설립에 ‘희색’

올해 들어 민간 대학의 부사관학과 개설이 늘어나고 있다. 육군이 올해 부사관학과를 개설한 전주 기전대학 등 9개 대학과 학술제휴를 한 것을 비롯, 최근에는 이에 자극받은 신성대학이 해병대사령부와 제휴하고 해병부사관학과를 신설했다. 이는 신입생 유치에 심혈을 기울이는 대학측과 안정적으로 우수자원을 공급받고자 하는 군, 안정적인 직장을 찾는 젊은이 사이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예전에도 부사관을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대학은 있었다. 창원전문대학 등 7개 대학은 2001년부터 군과 제휴하고, 특수건설장비, 전차, 헬기, 레이더 등을 정비·담당하는 기술부사관을 양성해왔다. 각 지역 군의 정비부대와 1 대 1로 연결된 이들은 군부대 내에서 실습하고 학교에서 이론수업을 하는 등 관련 지식을 습득했다. 이후 시험을 통해 2003년부터 임관한 졸업생들은 특기학교나 부대 현장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사관 비율 육군 30%까지 확대

그러나 부사관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일반 부사관을 상대로 한 학과는 올해 3월 처음 등장했다. 이는 육군의 정예부사관만들기 사업과 관련이 있다. 이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육군부사관학교(학교장 준장 정희성)는 학교장이 부임한 직후인 지난해 12월부터 관련 계획에 착수했다.

현재 육군의 부사관은 약 5만8000여 명(약 9%)이지만, 2008년 7만4000여 명을 거쳐 2020년에는 육군 정원의 30%까지 확대될 예정이라고 한다. 해외의 각군 부사관 비율은 미국 40%, 일본 46.2%, 독일 39.7%로 우리에 비해 높은 편이다.

육군부사관학교에서는 미국의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 베트남 전쟁에서 패배한 미국은 전쟁 패배의 원인을 ‘근접전투 취약’으로 분석했다. 근접전투가 취약했던 것은 군의 허리에 해당하는 부사관의 수가 턱없이 모자랐기 때문이었다. 당시 미 육군의 구성비율을 보면 장교 13%, 부사관 17%, 병 70%였다. 이후 미 육군은 부사관의 비율을 확대해 1990년대에는 그 비율이 전체의 40%로 늘어났다.

이렇게 되는 경우 군의 중심은 부사관이 된다. 부사관의 능력이 중요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상태가 계속된다면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2004년 육군 부사관 모집 계획은 원래 1만369명이었다. 여기에 지원한 이는 거의 3만 명에 달했다. 하지만 정작 첫번째 관문을 통과한 이는 불과 1만151명이었다. 최소한의 자질마저 갖추지 못한 사람이 많았던 것. 이중 8197명만이 임관에 성공했다. 육군 부사관학교에서 자질이 떨어지는 이들을 가려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04년 육군 부사관 임관자 현황을 살펴보면 나름대로 가려진 이들이 우수하지는 않다는 것이 육군부사관학교측의 분석이다. 임관자 중 고졸 출신은 6341명으로 전체의 77%였다. 전문대 졸업이나 대학 재학인 인원은 21.5%에 지나지 않았다. 육군훈련소에 입소한 병사의 경우 고졸 출신은 18.9%인 반면, 전문대 졸업이나 대학 재학 중인 이는 80.1%에 달하는 점을 떠올리면, 부사관이 병사를 장악하고 지휘하는 데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2004년 부사관 후보생의 지능지수를 살펴보면 99 이하가 전체의 37.5%에 달하고 있다.

물론 부사관 임관자 중에서도 뛰어난 이들이 있다. 그런데 이들 중 많은 이는 헌병이나 기무 등 군에서 ‘권력’이 있거나 편한 보직에 지원한다. 지난해 헌병 보직 경쟁률은 27 대 1이었다. 평균적으로 서울 중하위권 4년제 대학에서 법학 혹은 경영학을 공부한 이들의 수준이라고 한다. 반면 군의 중심이 되는 보병이나 기갑, 포병 보직 등 3D 보직의 경쟁률은 낮은 편이다. 이들 중에는 기본적인 사칙연산에 어려움을 겪는 이도 있다고 한다. 이런 까닭에 육군부사관학교측에서는 적어도 고등학교 중상위권에 속한 이들을 부사관으로 ‘유혹’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부사관이 공무원보다 좋은 이유

사실 육군 부사관은 직업적인 면으로 봤을 때 큰 강점을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쟁이 치열한 일반 공무원과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은 점에서 우월하다. 우선 병역의무를 마치고 치열한 경쟁을 통해 들어가는 공무원에 비해 부사관은 국방의무와 취업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낮은 것도 강점이다. 평균 임관연령이 20세로서 공무원의 27세에 비해 7년이라는 세월을 아낄 수 있다. 공무원 9급의 기본급 61만7300원, 연봉총액 1906만1100원에 비해 부사관 초임은 기본급 62만1700원, 연봉총액 1866만여 원이다. 여기에 군에서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에 실질임금 수준은 훨씬 높다고 할 수 있다. 덕택에 4년 동안 근무하는 경우, 대략 3000만 원 이상의 저축을 할 수 있다. 같은 기간 공무원의 저축은 2000만 원 수준이다.

부사관 중 하사는 공무원 9급에 해당하는데, 8급인 중사에 진급하는 데 2년밖에 안 걸린다. 공무원의 경우 8급으로 진급하는 데 평균 5~7년이 걸린다. 부사관은 10년을 근무하면 상사 6호봉으로 연봉이 3239만1260원에 달한다. 공무원의 8급 9호봉의 연봉 3023만6891원에 비해 많다. 가장 매력적인 점은 부사관이 40세 이전(19년 6개월 이상 근무)에 연금수혜가 가능한, 유일한 국가공무원이라는 점이다. 일반 공무원은 57세 이후(20년 이상 근무)에나 연금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점 덕택에 최근에는 장교로 제대한 이들마저 부사관에 지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장교 출신 부사관은 지난해 2명에 이어 올해 4명으로 늘어났다. 물론 군에 대한 확고한 생각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안정적인 직장으로서의 부사관이 가진 매력도 지원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현재 육군부사관학교에는 지난 6월 30일 대위로 제대한 최용석 후보생(31)이 교육을 받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군인이 되고 싶었다는 그는 장기신청에 실패한 지난해부터 줄곧 부사관이 될 생각을 했다. 자신의 생각은 확고했으나 주위의 반대가 심했다. 가족은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최 후보생은 “스스로 부사관이 되겠다고 결심한 시간보다 주위의 반대를 설득한 시간이 더 많았다”고 회고했다. 부사관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학과 개설은 ‘굴러들어온 복’

이런 까닭에 육군부사관학교는 인식 전환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인식전환의 중심에는 우수자원이 자리잡고 있었다. 대학의 부사관학과 개설은 이렇게 시작했다. 올해 1월 육군부사관학교가 충남과 전북 일대의 대학 관계자를 상대로 한 육군부사관 홍보 설명회 이후 전주기전여대가 부사관학과를 만들자는 제안을 했다. 육군부사관학교는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전주기전여대측과 수차례 협의를 거쳐 올해 5월에는 전국 대학 80여 곳의 관계자를 초청해 부사관학과 설명회를 가졌다. 여기에 18개 대학이 관심을 보였고, 내년 1학기부터 부사관학과를 개설하기로 했다. 육군부사관학교는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는 학교 9곳과 학술교류협정을 맺었다. 내년 1학기부터 입학생을 받는 이들 학교는 올해 2학기 수시모집 결과 2.4 대 1~20 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육군부사관학교와 각 대학은 10월 중에 세미나를 열고 교육방식 등 전반적인 사항에 대해 합의를 이뤄낼 계획이다. 내년에는 수도권 대학을 비롯해 50여 개 대학이 부사관학과 개설에 동참할 것으로 전망된다.



각 대학의 부사관학과 개설 움직임에 대해 군은 ‘굴러들어온 복’이라고 보고 있다. ‘국방예산의 투자 없이 민자유치 간부양성기관을 확보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즉 맞춤식 교육으로 지원 전에 간부로서의 필수자질을 갖출 수 있어 12주라는 짧은 교육기간이 가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연 1000여 명의 ‘준비된’ 인원을 공짜로 제공받는 셈이다. 여기에 젊은이 사이에 안보의식을 강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부사관학과가 나타날 정도로 부사관이 경쟁력 있는 직종’이라는 국민의 인식을 끌어내는 등 다양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들도 일반 지원자와 마찬가지로 지원시험을 치러야 한다. 다만 2년 동안 준비한 만큼 별 어려움 없이 시험에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육군부사관학교측의 생각이다.

여기에 육군부사관학교는 다양한 측면지원을 통해 부사관의 위상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대표적인 것이 부사관학교 대신 전문사관학교나 간부학교라는 명칭을 사용하자는 것이다. 부(副)라는 글자가 ‘비주역, 들러리’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신 전문사관이라는 명칭을 사용한다면 수직적 체계에서 직무별 수평적 체계로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전문대학을 대학으로, 농과대학을 생명자원과학대학으로 개칭한 뒤 인식이 전환된 점에 착안한 것이다.

장교로 제대한 이들이 부사관으로 지원하는 현상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중위나 대위, 소령이 부사관에 지원하는 경우 각각 중사와 상사로 임관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것. 사관 후보생은 육군사관학교에서 퇴교당하더라도 중사로 병역의무를 다하도록 돼 있는데, 풍부한 경험과 지식, 리더십을 가진 전역 장교가 하사로 군생활을 시작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이에 더해 능력 있는 부사관의 경우 중사는 중위로, 상사는 대위로 편입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제안하고 있다. 이렇게 되는 경우 상호 인적교류로 신분갈등의 해소와 함께 육군부사관학교가 노리는 ‘수평적 파트너십‘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육군사관학교장의 계급은 중장, 3사관학교장과 육군훈련소장은 소장이다. 반면 육군부사관학교장은 준장이다. 우리 사회에서 바라보는 부사관의 위상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육군부사관학교측은 부사관학과 개설 등 다양한 방향으로 부사관의 위상을 제고하는 움직임을 펼치고 있다. 과연 이런 작업이 성공해 부사관이 군의 진정한 허리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재용 기자 j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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